J와 Y 이야기. 쇼미더삼촌.


동생이 조카들을 데리고 세부로 놀러갔다. 

J는 출발 며칠 전부터 세부세부 노래를 부르며 내 속을 긁기 시작했다. 

"삼촌 나 쎄부가!"

"어쩌라고."

"삼촌은 안가봤지?"

"......"

나보다 한참 어린 주제에 먼저 여권에 도장을 찍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. 
J는 한 술 더떠 수영복을 입고 보란듯이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. 
그대로 잡아다가 대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. 
그렇게 동생가족이 세부로 떠나고 난 뒤 우리집엔 평화가 찾아왔다. 
시끄러운 두 녀석이 없어지고 나니 집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.
처음엔 성가시게 하는 녀석들이 없어서 편안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약간 적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. 
5일이 지나고 그들이 세부에서 돌아왔다.

도착하자마자 J는 내 방에 뛰어들어왔다. 바로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 
그동안 말은 그렇게 해도 J가 내심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난 흐뭇해졌다. 
난 내 방 침대위에 발라당 드러누운 J를 보며 물었다. 

"삼촌 보고 싶었어?"

J는 대답 대신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.

"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아빠 좋아~"

뜬금없이 아빠좋아를 외치는 J의 모습에 나는 황당한 마음이었다. 
뭐하냐고 물을 틈도 없었다. 

"아빠 좋아~ 귤 먹고 쓰레기통에 버려~"

... 그 이유였어??
어이가 없어진 나는 물었다. 

"야. 나도 쓰레기통에 버리거든?"

J는 노래를 계속했다. 

"삼촌은~ 쓰레기통에 안버려~ 삼촌은 정말 말안들어~ 진짜 말안들어~"

"야.. 너도 말 안듣거든?"

"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아빠 좋아~ 심촌 싫어~ 삼촌 싫어~ 아빠는 좋아~ 삼촌은 싫고~ 아빠는 좋아~"

J는 숨까지 헐떡거리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. 
오랜만에 본 삼촌에게 기껏 준다는 선물이 디스곡이라니.. 

 

몹시 불쾌해진 나는 내 방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. 
하지만 J는 아랑곳 않고 노래인지 타령인지 랩인지 모를 디스를 계속했다.

"삼촌 싫은거는~ 삼촌이~ 나를 괴롭혀서 그렇기 때문에~ 때문에~ 때문이야~"

박지성이 내 방에 있는 것 같았다. 

"삼촌이~ 싫은거는~ 나랑 안놀아줘서~"

버벌J라도 된듯이 녀석은 조목조목 내가 싫은 이유를 멜로디에 실어 풀어내기 시작했다. 

 


"야 그럴거면 나가라고.."

얼굴보자마자 시비부터 거는 녀석에게 나가라고 말했지만 J는 이미 핸들이 고장난 8키로유모차와 다름 없었다.
거침이 없었다. 

"삼촌이~ 나를 좋아 하는건~ 내가 너무 예뻐서~ 그런건 싫어~ 삼촌이 없는게~ 되게 좋아~"

J는 자기가 이쁘다는 말과 내가 싫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동시에 내뱉었다. 
이정도면 거의 도끼급 스웩이었다. 
저 되게라는 말이 유난히 가슴에 박혔다. 
지금까지 내 면전에다 저렇게 대놓고 비호감을 표시했던 사람이 그동안 없었기에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. 

"삼촌이~ 아침부터~ 없는게 더 좋아~"

쐐기를 박는 말이었다.  

"야 그럼 나가라고!! 나가 임마!!"

"나는~ 나는~ 삼촌 싫어해서~ 싫어! 싫어! 삼촌 싫어!"

이제는 근거없는 무조건적인 비방이었다. 그것도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가면서 나에대한 비난을 쏟아냈다. 



결국 내가 여행선물로 받은건 기념품이나 먹을게 아닌 디스 한 바가지였다.

.. 진짜 때려버릴까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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